새끼 까치를 구한 선비
조선시대,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한 선비가 있었습니다. 깊은 산길을 걷던 중, 어딘가에서 까치 울음소리가 유난히 요란하게 들려왔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선비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다가갔고, 놀랍게도 한 구렁이가 나무 위 둥지를 향해 몸을 휘감고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 둥지에는 갓 태어난 새끼 까치들이 있었고, 까치 부모는 하늘을 맴돌며 애타게 울기만 했습니다.
선비는 이를 가만히 볼 수 없어 즉시 활을 꺼내 구렁이를 겨누었고, 단 한 발에 구렁이의 목을 명중시켜 까치 가족을 구했습니다. 까치들은 마치 감사를 전하듯 선비 주위를 맴돌다 하늘로 날아갔고, 선비는 아무 일 없던 듯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구렁이의 복수와 죽음의 위기
그러나 날이 저물자 산속은 금세 어두워졌고, 마땅히 묵을 곳이 없던 선비는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을 발견하고 작은 오두막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오두막에서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선비를 따뜻하게 맞이했고, 선비는 고마운 마음으로 하룻밤 묵기로 합니다.
그날 밤,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깊은 잠에 빠진 선비는 갑작스레 몸이 조여오는 느낌에 눈을 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을 칭칭 감고 있는 것은 바로 낮에 죽였던 구렁이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거대한 구렁이였습니다.
“나는 낮에 네가 죽인 구렁이의 아내다. 내 남편의 원한을 갚기 위해 너를 죽이러 왔다.”
그러나 구렁이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절 위의 종이 이 밤중에 세 번 울리면 너를 살려주겠다. 하지만 누가 이 밤에 종을 울리겠느냐?”
까치들의 희생과 기적의 종소리
절박한 상황 속에서 시간이 흐르고, 선비는 이내 체념하게 됩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절 위에서 땡— 하고 울리는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어 두 번째, 세 번째까지 종이 울리자 구렁이는 말을 잃은 채 고개를 숙였습니다.
“약속은 약속이다. 네 목숨을 살려주마.”
이윽고 구렁이는 거대한 몸을 뒤틀더니 하늘로 솟구쳐 용이 되어 승천하였습니다. 선비는 떨리는 마음을 안고 다음 날 절을 찾아갔고, 종루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했습니다.
수많은 까치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종 아래 쓰러져 있었고, 종에는 붉은 피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습니다. 전날 자신이 구해준 까치 가족이 동료들을 불러와 머리로 종을 들이받아 선비를 구한 것이었습니다.
진심은 반드시 전해진다 – 이야기 속 교훈
'은혜 갚은 까치'는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자신이 받은 은혜를 기억하고, 목숨을 걸고서라도 갚으려 한다는 깊은 감동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선비는 그저 눈앞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새끼 까치를 구했지만, 그 작고 따뜻한 행동은 훗날 자신의 목숨을 구하는 큰 기적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중요한 교훈을 전해줍니다.
1) 선행은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것
선비는 까치를 구해준 후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까치는 받은 은혜를 잊지 않았고, 생명을 걸고 종을 울리며 선비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마치 우리가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었을 때, 그 사람이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 이상의 따뜻함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듯이 말입니다. 비 오는 날 우산이 없는 이웃에게 기꺼이 우산을 씌워줬던 일이 몇 년 후 취업 자리에서 그 이웃의 추천으로 채용되는 경우처럼, 선의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2) 약한 존재라도 숭고한 의지를 가질 수 있다
까치는 작고 연약한 존재이지만, 자신을 도와준 은인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수십 마리의 동료들과 함께 머리로 종을 울리는 희생을 감수했습니다. 이는 외형이나 힘과 관계없이 마음의 크기와 의지의 깊이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줍니다. 어린아이의 진심 어린 감사 편지 한 장이 어른의 마음을 울리고 큰 감동을 주듯, 작고 약한 존재도 진심을 다한 행동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3) 선한 마음은 결국 나와 세상을 바꾼다
까치를 구한 선비는 구렁이의 아내에게 죽을 위기를 맞았지만, 까치들의 희생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판본에서는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에 오른다거나, 은혜를 잊지 않고 절을 짓는 삶을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사람이 길에서 우연히 도운 청년이 훗날 큰 기업가가 되어 후원을 해주거나, 한 사람의 진심 어린 봉사가 지역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사례처럼 따뜻한 행동은 결국 자신과 공동체의 미래를 밝히는 씨앗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