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하고 착한 청년, 바보 온달
옛날 고구려에 온달이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매우 가난하게 지냈습니다. 어머니는 눈이 멀어 일을 할 수 없었고, 온달은 매일 떨어진 옷과 해진 신발을 신고 거리에서 음식을 구걸하며 살았지요.
하지만 온달은 비록 남루한 모습일지라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착하고 순수했습니다. 귀한 약초를 발견해도 돈이 없는 이에게는 그냥 주곤 했고, 억울한 사람을 보면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바보 온달’이라 불렀지만, 사실 그 말 속에는 순박함과 고지식함, 어쩌면 사람 좋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의 선함은 소문이 되어 평양성 안팎으로 퍼졌고, 마침내 국왕인 평원왕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왕은 울보였던 어린 딸을 달래기 위해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계속 울면 커서 바보 온달한테 시집보내야겠다!”
평강공주의 놀라운 선택
그렇게 자라난 공주는 ‘평강공주’라 불렸습니다. 총명하고 아름다웠지만 어린 시절의 왕의 말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지요. 결혼 적령기가 되자, 왕은 고씨 가문의 귀족에게 공주를 시집보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공주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하셨으니, 저는 그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왕은 놀라움과 분노로 공주를 꾸짖었고, 결국 "네가 그렇게 고집을 부린다면 궁에서 나가라!"고 호통쳤습니다. 왕은 단순히 공주를 윽박지른 것뿐이었지만, 공주는 진짜로 금팔찌와 예물을 챙겨 궁을 떠났습니다.
그 길로 온달의 움막집을 찾아간 평강공주는 온달의 어머니에게 큰절을 올리며 말했습니다.
“부디 저를 며느리로 받아 주십시오. 온달님과 함께 살아가겠습니다.”
이때 온달은 먹을 것을 구하러 산에서 느릅나무 껍질을 벗기고 있었습니다. 공주는 그 산길을 따라 올라가 온달에게 직접 결혼을 청했고, 처음엔 귀신이 홀린 줄로만 알았던 온달도 그녀의 진심에 감복하여 함께 살게 됩니다.
고구려 장수가 되기까지
평강공주는 궁 밖에서 가져온 예물로 집을 사고, 땅과 말, 노비를 구해 가정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온달에게 학문과 무예를 가르쳤지요. 하루하루 성실히 배우고 익힌 온달은 몇 해가 지나자 당당한 장부가 되어 고구려 사냥 대회에 참가합니다.
그가 말을 타고 짐승을 쏘자,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습니다. 온달은 단숨에 사냥 대회의 우승자가 되었고, 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자가... 그 온달이라고?”
하지만 아직 사위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중국 북주의 무제가 군사를 이끌고 고구려를 침공해오자 평원왕은 전군을 이끌고 맞서 싸웠습니다. 이 전쟁에서 온달은 선봉에 나서 수십 명을 베며 고구려군의 사기를 드높였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평원왕은 온달의 전공을 확인하고 말했습니다.
“이 사람이 내 사위다!”
온달은 정식으로 왕의 사위로 인정받았고, ‘대형(大兄)’이라는 고위 벼슬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장에서 피어난 의지, 그리고 비극적 최후
그 뒤로 온달은 평원왕의 총애를 받으며 부귀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신라가 빼앗은 우리의 한강 땅을 반드시 되찾겠습니다!”
590년, 평원왕이 세상을 떠나고 아들 영양왕이 즉위하자 온달은 출정을 청했습니다.
“한번 나아가 죽령 이서의 땅을 되찾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결국 그는 총사령관이 되어 신라 정벌에 나섰고, 아단성 전투에서 맹렬히 싸우다 신라군의 화살에 맞아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온달의 시신은 전장에서 회수되어 돌아오는 길, 관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놀라고 망설일 때, 평강공주가 다가와 관을 어루만지며 말했습니다.
“삶과 죽음이 이미 정해졌으니, 이제는 돌아오소서.”
그러자 관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온달의 지극한 충성과 공주의 깊은 사랑에 눈물지었습니다.
순수한 마음, 진실한 사랑,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보여준 이야기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는 겉모습이나 현재의 상황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누군가를 끝까지 믿어주는 한 사람의 용기, 그리고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갈고닦는 노력은 결국 인생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온달은 처음엔 가난하고 배움도 없었지만, 평강공주가 그의 가능성을 믿어주었고, 그는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공부하고 무예를 익히며 장수가 되었습니다. 이건 마치 공부에 서툴러 ‘못 한다’는 말을 듣던 아이가, 부모의 격려와 스스로의 노력으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결국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이야기와도 비슷합니다.
또한, 온달은 전쟁터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누군가는 그를 ‘바보’라고 불렀지만, 그 순수하고 진심 어린 마음은 누구보다 용감하고 위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착해서 손해 본다’는 말을 듣는 사람도 있지요. 하지만 때로는 그런 착한 마음이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결국엔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진정한 바보는 실수하거나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믿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외모나 배경만으로 판단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온달처럼 스스로를 믿고, 누군가의 가능성을 인정해주는 자세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중요한 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