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풀나물의 유래인 며느리밥풀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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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시집살이의 나날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하지만 정직한 며느리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시집 온 뒤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지요. 시어머니는 날마다 며느리를 들들 볶았고, 밥 한 끼 제대로 주지 않아 며느리는 늘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일을 해야 했습니다.
“네가 먹을 밥이 어디 있냐! 일을 더 해라!”
그날도 며느리는 새벽부터 물 긷고, 장작 패고, 밭일을 마친 후에도 쉬지 못했습니다. 배가 몹시 고팠던 며느리는 부엌에 놓인 밥그릇에 붙은 밥풀 하나를 살짝 떼어 혀끝에 얹어 보았습니다. 그 조그마한 밥풀 하나가 간절한 생명이었지요.
며느리의 마지막 외침
하지만 이 모습을 본 시어머니는 크게 노하며 소리쳤습니다.
“도둑질을 했겠다! 네가 내 음식을 훔쳐 먹어?”
그리고는 몽둥이를 들어 며느리를 가차 없이 때렸습니다. 며느리는 아픔과 억울함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게 아니라… 이거예요… 밥풀 하나예요…”
그 말과 함께 며느리는 피를 토하듯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녀는 단지 굶주림을 달래기 위해 밥풀 하나를 혀끝에 올렸을 뿐이었습니다.
산속에 피어난 며느리의 넋
며느리가 세상을 떠난 뒤, 그 집 근처 산골짜기에는 이상한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조그맣고 여린 입술처럼 생긴 붉은 꽃잎 위에, 하얀 점 같은 무늬가 박혀 있었는데 마치 밥풀 하나를 살짝 얹은 것 같았지요.
사람들은 그 꽃을 보고 수군댔습니다.
“저건 틀림없이 며느리의 넋이 꽃이 된 거요…”
그 이후 사람들은 이 꽃을 **‘며느리밥풀꽃’**이라 불렀습니다. 이 꽃은 낮은 곳에서는 피지 않고, 꼭꼭 숨은 깊은 산속에서만 자라며, 누구에게도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마치 억울한 죽음을 맞은 며느리의 부끄러움과 슬픔이 깃든 듯이요.
꽃에 담긴 마음과 교훈
며느리밥풀꽃은 단순한 들꽃이 아닙니다. 억압받은 여성의 한이, 말하지 못한 슬픔이, 굶주림 속에서도 품위와 인내를 잃지 않았던 한 사람의 넋이 담겨 있습니다.
이 설화는 오랜 세월 동안 여성들 사이에서 조용히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그것은 단지 꽃의 생김새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고부 갈등과 며느리의 희생, 그리고 목소리를 내지 못한 약자의 아픔을 대변하는 상징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의 아픔을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밥풀 하나에도, 누군가에게는 생명 같은 간절함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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